지난 11월 1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경복대학교에서 김장환 목사의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경복대학교 초대 명예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학교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이유에서 이 대학교 개교 32주년을 기념해 이 행사를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김장환 목사의 우상화 논란이 일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게 왜 우상화이냐고 반론을 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상화냐, 아니냐를 떠나서 한동안 이 일이 잡음으로 남을 것이고, 한국 교회 목사의 나쁜 이미지를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분야든 아무리 큰 업적이나 공로가 있는 사람이어도 생존해 있는 동안 흉상이나 동상을 제작해 세우는 일은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대부분 위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세우는 경우, 사후에 하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김장환 목사의 흉상 설치 경우 목사가 아니었으면 큰 논란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김장환 목사 사후에만 이루어졌어도 크게 문제 삼지 아니했을 것이다.
경복대학교에서는 김장환 목사를 얼마나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기에 흉상 제막식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 좁게 보면 한 대학교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김장환 목사가 한국 교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위상을 보면 쉽게 넘어갈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장환 목사는 지금도 극동방송을 통해 한국 교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목사의 흉상이 한 대학교에 설치된 일은 한국 교회 목사의 입지는 말할 것이 없고 교회의 입지를 매우 좁게 만드는 것이다.
흉상 설치는 김장환 목사의 업적과 공로를 기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늘 복음을 외쳤던 김장환 목사의 신앙과 충돌이 된다. 김장환 목사가 생각하는 복음이 무엇인지 모르나, 복음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을 드러내고 강조한다. 인간의 업적이나 공로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행하심을 말하는 게 복음이다. 그러나 흉상 제막은 한 인간의 업적을 드러내고 칭송하는 것이니 복음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이다. 이런 점에서 흉상 제막을 김장환 목사가 허락했다는 것은 그동안 극동 방송을 통해 외쳤던 복음이 무엇인지, 그의 본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결국 극동 방송이라는 비즈니스를 통해 자기 영광의 바벨탑을 쌓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제는 김장환 목사의 개인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교회를 개척하여 대형 교회가 되었든지, 아니면 작은 교회에 부임하여 초대형 교회가 되고 많은 업적을 남긴 목사들이 있다. 이런 목사 중에서 우상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예수님의 자리에 앉아 영광 받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떤 대형 교회는 예배 중에 담임 목사를 찬양하는 노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예배당에 전시실을 만들어 담임 목사의 업적이나 행적을 사진과 함께 설치해 놓고 보는 이에게 칭송하게 한다. 김장환 목사의 흉상 설치는 바로 이 같은 목사들에게 우상화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대형 교회에서나 벌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작은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목사를 우상화할 수 있다. 그 형식과 방식은 다양하다. 그중에 많은 일이 목사의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저주받는다면서 신자를 억압하고 가스라이팅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하여 목사의 욕심을 채우는 일인데도 신자의 입을 봉해놓고 무조건 목사에게 순종해야 복 받는다며 말한다. 이게 다 우상화의 한 방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은 목사 혐오감을 증폭시킨다. 우상화가 아니라도 목사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목사 혐오증에 빠진 사람이 많다. 이미 형성된 목사의 부정적 이미지에 우상화까지 더해져 병든 지금의 한국 교회가 회복 불능이 될까 심히 염려된다. 김장환 목사의 흉상 설치를 보면서 여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