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낮은 직급의 용어인가?
2022-01-25 오전 9:37:00 성결신문 기자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한국인은 호칭에 민감하다. 호칭에 민감하다 보니 과잉 호칭을 사용한다. 호칭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낯선 사람에게 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을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저씨’, ‘아줌마’라고 불렀다. 지금은 웬만하면 다 ‘사장님’,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이런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면 존중하지 않거나 하대하는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이상한 정서가 형성되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 호칭이 무성하다.
이러한 세상의 흐름 때문인지 교회에서도 호칭에 예민하다. 교회에서는 직분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굳어있다. 그래서 집사, 권사, 장로의 직분이 있는데 성도라고 부르면 결례라도 한 것처럼 눈치를 준다.
심할 경우 기분이 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교인이 많은 교회에서는 서로의 직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직분이 아닌 성도로 부를 수 있다지만, 교인이 많지 않은 교회에서는 이런 해프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사례는 있다.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가 처음 교회에 나왔을 때, 교인들이 이런 분에게 어떤 호칭을 사용해야 할지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의 직함으로 부르는 교회도 있겠지만, 자칫 저명한 사람이라고 특별 예우한다는 비난을 우려해 세상 직함으로 호칭하기도 망설인다. 성도라고 호칭하면 되는데, 선뜻 성도라고 부르지도 못한다. 형제로 호칭해도 무방하지만, 한국교회의 유교적 정서 때문인지 이런 호칭을 낯설어하고 달가워하지 않는 교인도 많다.
성도라는 호칭보다 집사, 권사, 장로라는 직분의 호칭을 더 좋아한다. 이는 아마도 ‘성도’는 직분을 받기 전에 부르던 명칭이라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성도는 가장 낮은 직급, 그다음에는 서리 집사, 이보다 한 직급 높은 직분이 안수집사, 혹은 권사, 그리고 더 높은 직급을 장로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도보다는 직분으로 불러주기를 좋아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성도는 직분이 아니고 신분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분은 성도이다. 사도 바울은 초대 교회에 보낸 서신에서 그리스도인을 ‘성도’라고 호칭한다. 바울 서신서에 성도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직분의 개념이 아니라 신분의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다. 사도 바울이 사용한 ‘성도’는 ‘거룩한’ ‘구별된’이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모든 죄에서 용서받은 사람은 거룩하다. 죄인이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하게 되어 성도라고 칭함을 받는다. 그러므로 성도로 호칭을 받는 것은 큰 영광이며 과분한 예우를 받는 것이다.
집사, 권사, 장로, 목사 등, 모든 직분자는 예외 없이 성도이다. 따라서 직분의 이름 대신 성도로 호칭한다고 하여 기분 상할 이유가 없고, 불편한 마음을 가질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직분 대신 성도라고 부르면 난색을 하거나 발끈하는 사람이 있을까? 직분을 교회의 직급이나 계급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성도를 집사보다 낮은 직급이나 계급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면 성도로 호칭할 때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집사, 권사, 장로, 목사는 교단 헌장에 명시한 대로 그 직분에서 은퇴한다. 은퇴란 그 직을 내려놓는 것이기에 은퇴 이후는 그 직분으로 호칭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말에 동의할 교인이나 목회자는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성도이다. 성도는 은퇴가 없다. 직분은 한시적이나 성도는 영원하다. 그러니 성도라고 불릴 때 마음 상하지 말고, 은퇴 이후에도 직분이 아닌 성도로 호칭해 주기를 희망하면 유별난 신자라고 비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