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교회 담임
몇 년 전부터 김미진 간사라는 여성 교인이 재정 부흥회라는 것을 하고 다닌다. “왕의 재정”이란 책을 내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로 인해 유명해지면서 부흥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김미진 간사가 전하는 말을 보면 율법주의와 기복주의 신앙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교회가 율법주의와 기복주의 신앙으로 불타고 있는데, 김미진 간사가 여기에 기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진 간사가 주장하는 한 두 가지 이야기만 들어도 복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는데, 분별 못 하는 목회자가 많다. 김미진 간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티코 승용차를 사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 저축한 오백만 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교사에게 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 돈을 보냈더니 하나님이 그랜저를 주셨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님이 벤츠도 주셨지만, 성도들이 시험에 들 것 같아 폭스바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헌금 많이 하고, 선교사나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하나님께서 몇 배로 갚아주신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할 때는 다들 그렇듯이 성경적 근거를 든다. 그러나 인용하는 성경 구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결실하여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되느니라”(마13:23)라는 말씀을 재정적인 복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백 배, 육십 배, 삼십 배를 하늘 은행의 이자율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을 잘 모르는 교인들이 들으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지만 황당한 해석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여 변질시키는 짓은 사탄이 하는 일이다. 김미진 간사의 주장이 복음이라면 그 법칙은 모든 성도에게서 성취되어야 한다. 십일조 잘하고 헌금 잘해서 재정이 채워지고 부자된다면, 십일조 철저하게 하고 헌금 많이 바친 성도 중에 왜 가난한 사람이 있는 것인가? 사실 김미진 간사만 이런 주장을 펴는 게 아니다. 많은 교회에서 김미진 간사의 논리와 다르지 않게 가르친다. 지금도 십일조를 철저하게 해야 물질의 복을 받는다며, 교인들에게 십일조를 강요하는 교회가 얼마나 많은가?
값없이 받는 게 은혜의 복음이라고 말은 잘한다. 그런데 왜 유독 물질의 복을 받으려면 온전한 십일조를 하라고 가르치는 것일까? 가장 큰 복인 구원의 복, 하늘의 기업도 값없이 믿는 자에게 거저주시는 하나님이신데, 왜 인간의 행위로 땅의 복을 받는다고 하는 것일까? 하나님은 땅의 복을 약속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도 땅의 복을 가르치신 적이 없다. 구약에서 땅의 복을 말하고 있지만, 구약의 복은 신령한 복의 그림자로 보여주신 것이다. 이 땅에서 받을 복이 사실이라면 예수님과 사도 바울도 이 복을 받으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을 것이다.
교회는 재정부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복음을 듣고 구원받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참된 부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은혜의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구원받게 하는 능력은 재정 부흥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복음만이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다(롬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