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피 효과와 교인의 자유
2018-08-23 오전 10:19:00 성결신문 기자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크레스피 효과(Crespi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1942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오 크레스피(Leo Crespi)가 세운 이론으로 쥐들의 미로 찾기 실험을 통해 당근과 채찍이 효과를 내려면 점점 강도가 세져야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크레스피는 두 그룹의 쥐들에게 미로를 찾게 했다. 미로 찾기에 성공하면 한 그룹은 먹이 하나씩을 또 한 그룹은 다섯 개씩을 주었다. 그 결과 먹이 다섯 개를 주었던 그룹이 미로를 훨씬 빨리 찾아냈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한 후에 반대로 실험을 했다. 먹이를 하나씩 주었던 그룹은 다섯 개로 늘리고 다섯 개를 주었던 그룹은 하나로 줄인 것이다. 그 결과 처음 먹이를 하나씩 받았다가 다섯 개로 늘어난 그룹이 먹이가 다섯 개에서 하나로 줄어든 그룹보다 더 빨리 미로를 탈출했다.
결국 당근과 채찍 전략에서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은, 지금 당근과 채찍을 얼마나 주느냐가 아니라 ‘이전에 비해 몇 개나 더 많이 주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크레스피 효과를 내기위해 기업이나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도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회에서 조차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크레스피 효과를 위해 당근과 채찍으로 교인들을 훈련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에 의해 교인들을 열심 내게 해서 교회가 급성장이라도 하면 탁월한 목회자로 각광을 받는다.
교회에서는 크레스피 효과를 위해 축복이라는 당근과 저주라는 채찍을 사용한다. 열심히 충성하고 헌신하면 하나님이 복을 주시지만 그렇지 못하면 복을 받지 못하고 저주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논리로 종용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복음이 아니기에 교인에게 참 자유를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유를 억압한다. 교인들은 복 받기 위해 열심을 내지만 힘에 부치고 기쁨도 없다.
그만하자니 복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목회자의 시선이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시키는 대로 순종하자니 선뜻 내키지 않고, 모른 척 하자니 찜찜하다. 그러니 하나님의 자녀로서 참 자유를 경험하며 누릴 수 없다.
크레스피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교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 받은 복을 깨닫게 해야 한다. 공로가 없고 자격이 없음에도 값없이 구원이라는 가장 큰 복을 하나님이 주셨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고 하신다(롬 8:32). 하나님은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위대한 구원을 은혜로 주셨기에 그 나머지 모든 것도 필요하면 선물(은혜)로 주신다. 그래서 복음이다. 이정도의 복음의 의미만 알아도 놀라운 자유를 누리게 된다.
이 같은 복을 받아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당근과 채찍은 의미가 없다. 당근과 채찍이 없어도 열심을 내어 헌신하고 충성한다. 이미 은혜로 받은 복이 계산이 안 될 만큼 큰 것을 알아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에서 나오는 열심과 충성은 당근과 채찍에서 나오는 열심이나 충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랑이 동기가 되어 헌신하는 까닭에 자유가 있고 기쁨이 있다.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하고 칭찬에서 자유하다. 당근과 채찍으로는 이런 교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까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교인들의 자유를 빼앗을 것인가? 진정한 크레스피 효과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는 복음을 교인들이 깨닫게 될 때 나타나는 것이다.
기자 : 성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