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인가, 인간의 공로인가
2020-06-15 오후 3:14:00 성결신문 기자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기독교인들에게 은혜라는 말처럼 친근한 용어도 별로 없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 받았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며,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은혜”란 ‘자격이 없는 자’ ‘공로 없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호의’라는 것쯤은 기독교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인간의 공로를 높이고 부각시키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교회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공로를 대수롭지 않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예배시간에 인간의 명예를 높이고 공로를 나타내고 있으니 은혜의 본질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예배시간에 그런 교회가 세상 어디에 있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실제 그렇지 않은 교회도 많이 있으니 여기에 해당 없는 목회자나 교인들은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 갖고 통찰하면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를 쉽게 접하는 때가 있다면 주로 임직식이나 예배당 입당 등의 행사에서이다. 이러한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순서를 꼽는다면 공로패를 비롯하여 명예권사, 명예장로 등을 세우고 패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패를 전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패에 새겨 넣는 문구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인간의 공로를 칭송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것이 이를 설명한다. 이게 왜 문제냐고 하면서 거부감을 비칠 목회자나 교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헌신하고 충성한 분들에게 이 정도의 예우를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옳은 것일까?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도 그렇다고 동의할까? “내가 나 된 것은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니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라고 한 사도 바울의 이 고백이 어떤 의미인지만 알아도 이 문제의 논쟁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받았든지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일뿐이다. 다른 교인들에 비해 더 많은 수고를 했어도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지 결코 공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공로패를 주고 명예 직분 패를 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일까? 입버릇처럼 말하던 하나님의 은혜대신 인간의 공로를 드러내는 이율배반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은혜를 운운하면서 인간의 공로를 높이는 것은 예수님께 책망 받았던 바리새인들의 위선과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에는 직분에서 은퇴하면 원로(목사, 장로), 명예(목사, 장로, 권사)로 호칭되는 전통이 있다. 이런 제도는 성경에 없는 전통으로 “은혜의 복음”에서 볼 때 비복음적인 요소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인간의 공로를 부각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공로를 양립시킨다면 하나님의 은혜가 은혜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헌신한 일꾼들에게 서로 위로의 말을 전하며 감사하는 표현에 대해 누가 타박을 하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공로의 칭송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공로는 가당찮다. 헌신의 은혜를 공로로 바꿔치기 하면 평생의 헌신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러니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 인간의 공로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라면 아무리 큰 헌신자라도 자신의 공로를 높여줄 때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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