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오락에 빠진 교회
2021-09-14
한국교회에 많이 알려진 마틴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 목사가 있었다.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오랫동안 설교자로 사역했던 목사이다. 로이드 존스 목사의 설교는 성경의 권위가 무시되고 감성적 설교가 난무하는 영국의 교회에 큰 울림이 되었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세속화된 영국교회를 향해 “종교 오락”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교인을 종교 소비자로 보고 목회자가 교인에게 상업적 서비스를 하는 교회로 전락시킨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로이드 존스 목사가 사역했던 당시 영국교회는 성경의 권위가 실종되어 참 복음을 전하는 대신 교인의 입맛에 맞는 설교가 주류를 이루었다. 종교 소비자 입맛에 맞는 립서비스를 설교라는 이름으로 자행했다. 교인들은 복음을 설명하고 설교하는 것보다 재미난 간증을 원했다. 흥미진진한 예화나 간증을 가치 있게 여겼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간증을 좋아했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이런 점에서 “종교 오락”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 현상과 닮아도 많이 닮았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어쩌면 그렇게 한국교회 현실과 판박이로 보이는지 소름이 돋는다. 한국의 많은 교회가 종교 소비자인 교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교인이 마음 상할까 두려워 죄에 대한 설교를 주저한다. 귀에 듣기 좋은 달콤한 설교가 대세이다. 교인들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 제공을 위해 예배가 공연으로 변질하고 있다. 교인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면 뭐든지 도입할 태세이다. 이제는 교회가 엔터테인먼트에 능해야 소비자인 교인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교인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교회가 재미없다면서 교회를 떠나는 교인이 늘어난다. 이 같은 불상사로 인해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담임 목사는 무능한 목회자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교인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재미를 보았던 교회들의 교인 수가 줄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시사할까? 한국교회는 수년 전부터 하향길을 걷고 있다. 성장이 멈추었나 싶더니 급히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한 해에 수십만 명씩이나 감소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현실은 교인들이 그동안 교회가 제공한 종교 오락에 심취했다가 싫증 난 결과가 아닐까? 본시 오락이란 어느 시점이 되면 싫증 나는 법이다. 온갖 좋은 말과 희화된 언어로 교인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를 늘 접하는 교인은 점점 강도 높은 것이 아니면 식상하여 싫증 나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 문화에 걸맞고 지성적이고 고상하게 보이는 프로그램일지라도 복음이 빠진 것은 영혼의 만족을 주지 못하여 갈증만 더할 뿐이다.
종교 오락이 주는 즐거움을 성령이 주는 즐거움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 오락을 성령의 능력으로 포장하여 교인을 우롱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성령이 주는 즐거움이 아닌 인본주의적 즐거움은 사탄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교회가 사탄의 속임수에 놀아나고 있다. 수십만 명씩 교인이 감소하는 한국교회의 현상을 이런 관점에서 예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교회가 종교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각종 기발한 종교 상품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참담한 교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이 사방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분별력 있는 사람이 찬찬히 살펴보면 본질의 문제보다는 방법론에 치우쳤다는 것을 금방 발견할 것이다. 어느 시대나 교회의 위기는 참 복음의 실종에서 왔다. 한국교회의 위기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한국교회가 사는 길은 종교 오락을 그치고 참 복음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롬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