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높이는 교회
오세준 입력 2021.01.14 21:11 수정 2021.01.14 21:13 댓글 0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몇 년 전에 토저(A.W. Tozer) 목사가 쓴 <예배인가, 쇼인가>라는 제목의 반역서가 출간되었다. 토저 목사는 이 책에서 연예오락(Entertainment)이라는 큰 우상이 예배를 타락시킨 주범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미국 시카고에서 1928년~1959년까지 목회 했던 점을 감안하면 21세기 교회의 문제를 이미 오래전에 내다보고 외친 영적 선각자가 아닐 수 없다. 왜냐면 이 책에서 오늘 날 예배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변질되어 가는 작금의 한국교회 예배를 고발하는 것 같아 가슴을 철렁이게 만든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배의 지형이 바뀌어 가고 예배가 요동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아니해도 교인들이 점점 예배를 등한시 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설상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신세대의 예배 관심도는 더 심각하다. 그나마 기성 교인들은 공동체에 나와 예배하지 못하는 것을 불편해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세대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이 온라인 예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예배 의식의 변화를 가져 왔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예배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었으며, 예배 출석률도 갈수록 저조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인지 어느 때부터 전통적인 예배 방식보다는 소위 열린 예배라는 명칭 하에 예배 방식을 바꾸는 교회들이 많아졌다. 예배의 형식이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예배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인지 모르나 하나님 중심의 예배가 아닌 사람 중심의 예배로 본질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배의 본질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중심에 계시고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배 시간에 사람이 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람에게 박수치고 사람을 높이는 행태이다. 성가대 찬양이 끝나면 우레 같은 박수를 치는 교회도 있다.
솔직히 성가대원들에게 참 잘했다고 호응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찬양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으로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그런데 성가 대원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행위가 아닐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박수라고 변명하겠지만 강변에 불과하다.
성가 대원에게 박수 치는 행위만이 문제는 아니다. 예배 중에 사람을 높이고 띄우는 것 또한 심각한 예배 훼손이다. 교회를 위해 공로가 있는 특정인이나 축하 받을 매우 좋은 일이 있는 교인을 일어서게 하여 박수를 쳐주고 높여주는 것을 예배 중에 한다면 예배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필자는 어느 초대형 교회 예배실황을 TV에서 보던 중 담임목사를 찬양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다. 이런 현상들은 하나님 중심의 예배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공연장이나 기념회, 축하 모임 등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뿐 아니라 기도를 통해서도 사람을 높이고 있다. 예배 중 기도는 중요한 순서이다. 그런데 기도 중에 “우리 목사님” “장로님” “성도님”하면서 기도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식하는 것이 아닐까? 기도는 하나님께 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나님 앞에서 사람을 높이는 “님”을 붙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어르신 앞에서 나이 어린 사람을 높이며 말하는 것은 예법이 아니듯이, 지존하신 하나님 앞에서 사람을 높이며 기도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닌 것이다.
예배 중에는 오로지 하나님께만 집중하여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시도록 해야 한다. 교인을 칭찬하거나 축하하며 박수칠 일이 있으면 축도 이후, 예배가 다 끝난 후에 별도의 순서를 정하여 하면 좋을 것이다. 이 또한 공동체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교인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다가 하나님이 받으실 거룩한 예배를 교인을 위한 공연으로 전락시키지는 말자.
오세준 dsr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