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모호한 종교인
우리는 기독교인, 정확하게는 종교개혁의 전통을 따르는 개신교인이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 천주교로 개종한 개신교인들을 면접조사 했을 때였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하나의 종교이며 둘 사이의 차이는 ‘하나님’과 ‘하느님’밖에 없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둘 사이에 교리상의 차이가 얼마나 많은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당시의 개종자들은 그 차이를 크게 여기지 않았다.
개신교인들 역시 여러 다른 종교의 색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몇 년 전에 한국갤럽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윤회설이나 해탈설을 믿는 개신교인의 비율이 불교인의 비율과 별로 다르지 않아 놀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람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는 윤회설에 대해 전체의 2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는데, 놀랍게도 개신교인들은 평균보다 많은 34%가 여기에 동의했다.
또한 ‘누구나 진리를 깨달으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해탈설에 대해서는 전체의 35%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평균보다 높은 43%의 개신교인이 동의했다. 이 두 가지 조사결과는 개신교인들이 일종의 혼합주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곧 개신교에 대한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영, “무종교인 증가의 의미” 「목회와 신학」2017년 10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