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신(物神)의 세상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2007년 미국 발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도 여전히 힘을 유지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돈을 마치 신처럼 섬기는 ‘물신주의’는 여전히 현대인의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 소비를 능력으로 평가 하는 소비문화는 성실히 일하는 근로자들을 부추겨 욕망을 자극하고 승자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문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다준다.
신자유주의는 경쟁과 자유로운 시장에 의해 경제성장이 가능하고, 그 효과가 저소득층과 다른 사회 영역에도 소비의 여력을 갖게 해 더 나은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이 제대로 실현된 곳은 지금 세계 어디에도 없다.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노동의 가치는 이전 세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하비 콕스는 “시장은 구약에 등장하는 야훼에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다. 단지 다른 신들과 경쟁하는 우월한 신이 아니라 온 세상이 그의 통치를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경쟁자도 허용하지 않는 지고 신(Supreme Diety), 즉 유일한 참된 신이 되었다.”라고 최근의 저서에서 단언했다. 즉 그가 보기에 우리 시대의 ‘시장’은 거의 종교로 작동하며, 사람들은 모두 물신을 섬긴다는 것이다.
왜곡된 경제 체제와 물신의 시장이 나은 가장 치명적인 폐해는 바로 공동체의 파괴다. 경제(economy)는 본래 ‘가정’ ‘경영’을 뜻하는 헬라어 ‘오이쿠메네((Οικουμένη)’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가족처럼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한 활동이 경제인데, 지금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공동체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시장’을 섬기게 되었다.
<성석환, “윤리적 소비, 교회가 함께해야 할 선교적 실천”「목회와 신학」2019년 7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