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노예
사르트르의 작품 가운데 「자유의 길」이라는 장편 소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철학 교사인데 가정이라는 굴레가 싫어 독신주의를 고집합니다. 그러나 그는 곧 성적 욕망의 노예가 되어 밤마다 도둑고양이처럼 어느 소녀의 방을 드나들다 결국 그 소녀를 임신시킵니다. 그리고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유산시키려고 애쓰다가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일의 노예가 됩니다. 이처럼 그는 계속해서 자유를 위해 자유의 노예가 되어 비겁한 삶을 전전하다 생애 딱 한 번 자유를 만끽합니다.
파리에 진격한 독일군을 피해 숨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총을 난사하며 광장 한 가운데로 뛰어나가 죽음에 자신을 내맡겼을 땝니다. 실존주의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란 살아있을 동안에는 불가능하고 죽음에 자신을 내던질 때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입니다. 그러나 죽은 자의 자유는 이미 자유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실존주의 영향으로 한때 유럽의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자살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자유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마라(갈5:1). 우리가 참 자유인이 되도록 자유를 누리며 살도록 주님이 우리를 그분의 자녀로 부르셨습니다. 세상의 자유는 자유 같으나 자유의 노예가 되게 합니다.
<조성노, 「믿음인가, 미신인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