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바벨탑
영국의 과학자 피터 코크레인(Peter Cochrane)은 2030년이면 슈퍼컴퓨터의 용량이 인간 두뇌의 100만 배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단계가 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복제를 거듭해, 그 결과 보다 진화된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출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나눈다. 전자는 인간이 명령한 특정한 범위 내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데 비해 후자는 자율적 판단력과 감정, 의지를 지닌 컴퓨터로서 스스로 복제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보다 더 우수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즉 인간과 같이 자의식을 가진 존재다.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이 가능한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말로 인공지능 내부에서 지능 폭발이 일어나 초지능이 탄생할지 아니면 지나친 기우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근거가 없다. 제임스 배럿(James Barrat)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공지능 및 로봇 공학, 유전공학, 나노 기술이 결합되는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면 생물학적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는 끝나고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새로운 인류, 즉 트랜스휴먼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으로 인해 달라질 미래상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구약성경의 바벨탑 사건은 사람들의 언어가 통일되어 있어 하늘에 이르는 탑을 쌓으려 한 인간의 교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인공지능의 자연언어 기술로 인해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고 로봇공학과 자동화, 그리고 사물인터넷에 의해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미래는 우리에게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김기석 “인공지능과 기독교” 「인공지능과 기독교 신앙」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