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어 진정한 그루터기로
위기는 그것을 의식해야 극복될 수 있다. 병이 아무리 심각해도 환자에게 통증이 없으면 고칠 수 없다. 통증 불감증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일찍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위기의식이 없다.
위기의식이 있는 소수의 목회자들에게 기대해볼 수 있으나 그들 대부분도 하나님 나라보다는 ‘우리교회’에 집중하는 이기주의자들이다. 더러운 물에 손 담그다가 자신들조차 더러워질까 걱정이 되어서 ‘한국교회’, ‘하나님 나라’에 관심 쓰기 보다는 자신의 목회만 제대로 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들은 한국교회가 완전히 망한 후에 ‘그루터기’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망해 가는 교회를 정화하는 ‘청소부’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와 간섭이 없는 한국교회는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유럽교회와 같이 전혀 무력하게 되거나 미국의 교회들처럼 보수적인 소수 집단으로 남아 자신들의 세속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사회에 아무 긍정적 공헌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이대로 계속 타락하고 약해져서 사회의 비판과 조롱을 받고, 세속적으로 아무 이익도 특혜, 특권도 없어지고 오히려 무시와 핍박의 대상이 되면 대부분의 삯군과 기복신앙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고 오직 신실하고 순수한 그리스도인들만 남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한국교회의 진정한 ‘그루터기’가 되어 한국교회를 새롭게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손봉호, “목회자들의 위기의식과 대처방안” 「월간목회」2018. 12.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