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부활절과 새누리교회 창립5주년기념 행사는 처음 계획하고 준비
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닌 지역주민, 이웃들이 함께 참여하는
<주민잔치>로 정해졌기에 그 점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특히 땅값이 비싸거나 건물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의 교
회들이, 교회를 다른 지역으로 옮김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심과 연고성을 잃
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교회가 애초에는 한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설립되었으
며 설립 초기에는 신자들의 절대 다수가 교회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기에 교회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컸고 신자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전도와 봉사 활동도 활발
했다. 물론 그것은 역사가 짧은 교회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
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신자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애착심, 그리
고 늘 같은 지역 안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웃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
나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신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좀 더 값싸고 넓은 장소를 찾아
교회를 옮기는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신자들 역시 새롭게 개발된 변두리 지역으로
이사가는 경우가 많아졌기에 교회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서서히 약해지며 거리가 멀
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교회의 각 구역을 살펴 보면 신자들의 상당수가 서울 전지역
으로 흩어져 있으며 경기도의 신도시까지 거주지역이 확대되어 있다.
한편,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간 교회는 이미 신자의 수
가 상당히 많은 상태에서 옮겨갔기에 새로운 지역에 대한 전도에 큰 노력을 기울이
거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 새로운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심도 거의 없고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드물다. 게다가 신자들의 경우에도 오랜 동안 <자기 교회>나 <모교
회>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왔으며 신자들간의 오랜 교분과 인간관계 그리고 맡고
있는 직분 등으로 인해 가까운 곳의 교회보다는 먼 곳의 <자기 교회>로 출석하는 경
우가 많은데 새로 옮겨간 <자기 교회>에 대해서는 큰 애착심을 느껴도 그들의 교회
가 자리잡은 새로운 지역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니며 그저 예배를 드리기 위
해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오가는 곳이기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없다.
내가 사는 지역은 도심지보다 땅값이 많이 싼 탓인지 먼 곳에서 옮겨온 대형교
회들이 여럿 있다. 주일날 아침이면 그 교회의 넓은 주차장은 물론 교회주변의 도
로에는 먼 곳에서 달려온 차들이 모든 도로를 점거해버린다. 게다가 특별한 행사
라도 하게 되면 평소에는 한산했던 동네가 그 교회를 찾아온 차들로 북새통을 이
룬다. 그러나 새로 옮겨온 교회들은 그들의 행사에 대해 마치 그들의 역량을 과시
하는 것처럼 거대한 현수막을 걸어 놓기는 하지만 지역주민을 초대하는 초대장이
나 전단지 한 장 돌리는 일이 없다. 새삼스레 지역주민을 초대해야 할만큼 빈자리
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예배나 행사가 끝나고 나면 커다란 건
물만 덩그렇게 남아 있을 뿐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교회 문은 굳게 닫혀 있
다. 그러기에 어느날 갑자기 들어선 새로운 교회의 커다란 건물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은 요란법석을 피우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교회와 행사가 끝나면 어
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신자들을 향해 서슴없이 <당신들의 천국>이라
는 말을 사용한다. 그것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수백억원, 심지어
그 이상의 건축비를 들여가며 거대한 건물을 세운 교회가 지역사회를 외면해버리
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봉사에는 지독하게 인색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에 대한 지역주민의 비아냥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눈에는 그러한 교회는 아무
리 멋진 건물을 세워 놓았다 해도 성경에서 말하는 지상천국의 건설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오직 그들 자신만을 위해 비싼 울타리를 쳐놓은 것일 뿐이기에 그것은
그들만의 천국이며 <닫힌 교회>라는 뜻이다. 또한 그 교회 신자들은 교회와 크리
스찬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망각한 이기적이며 인색한 집단이라는 뜻이다.
그처럼 교회가 지역사회에 대한 연고성을 잃어가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 속에
서 새누리교회 역시 그와 비슷한 고민과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래도 그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열린 교회>를 지향하고 <사랑방 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하기
에 교회행사를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닌 <주민잔치>로 준비하고 실천한 것이라
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새누리교회가 창립5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인근 지
역사회에 대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하고 실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의미
는 교회와 크리스찬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그리고 사회에 대한 크리스찬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를 외면한 채 <우리들
만의 잔치>를 벌인다면 그것은 우리들 스스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포기하고 그 기
능을 폐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부활절과 창립5주년기념 행사를 통해 내가 <열린 교회>, <건강한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는 <사랑방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새누리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며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
다. 또한 그러기에 이미 예전부터 지역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전
도와 봉사활동을 하시고 기도하신 분들, 여러 날 동안 <주민잔치>를 준비하면서 힘
든 연습을 하고 당일의 순서와 진행을 맡으셨던 모든 분들, 그리고 그날의 행사에
참석해주신 지역주민과 초대손님 모든 분들께 더욱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