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안팎에서는 일부 교회의 권위주의적 체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나 재정 등 교회의 제반 사항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이 담임목사 개인이나 소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대방동의 새누리교회(오세준 목사)는 이런 탈권위주의에 앞장서는 신생 교회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직분은 임기제를 실시한다. 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민주적이고 투명성이 보장되는 의사결정기구를 둔다. 예배당 전용의 재산은 소유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 4월 창립한 새누리교회는 이처럼 교회 정관을 통해 교회 내 분란 소지를 차단했다. 헌금 내역도 매주 교회 게시판에 공고된다.
이 같은 새누리교회의 차별성은 교인들의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새누리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권위주의적인 교회체제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 교회 창립 이전부터 기도회를 가졌던 성도들은 결국 반듯한 교회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새누리교회에는 당회가 없다. 대신 집행권을 가진 운영위원회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교인총회가 있다. 예배개발부, 선교개발부 등 8개 전문부서별로 사업을 계획·집행하고, 최종결정은 교인총회에서 승인을 얻는 구조다. 당회와 다른 점은 전문부서별로 재량권이 많다는 것이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각 부서가 세운 사업이 그대로 집행된다.
이 같은 민주적 구조가 자칫 교회를 인본주의로 변질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운영위원장 조봉신 집사는 "철저히 성경 말씀에 서서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한다"며 "교회 문제가 대부분 의사결정구조에서 나오는 만큼 교회의 민주적 시스템은 양보할 수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새누리교회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담임목사 청빙이다.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신문에 냈다. 교회 설립 정신인 민주적 절차를 따르기 위해서다. 청빙에 응한 80여명의 지원자 중 교회 탐방, 설교 검증 등의 작업을 통해 최종 선발된 이가 바로 지금의 오세준(50) 목사다. 22년간 목회를 해온 오 목사는 교인들의 사정을 듣고 누군가는 이들을 위로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새누리교회 사역에 뛰어들었다.
민주적인 교회 시스템이 자칫 목회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만 오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오 목사는 "한국 교회가 급성장을 한 이면에는 소통 부족으로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많은 성도들이 있다"며 "이들의 상처는 과연 누가 싸매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주의적인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교인들 사이에서는 회의 때마다 의견 충돌이 잦다. 교인총회 의장 현종희 집사는 "아직은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참여시켜 실질적인 초대교회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