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후보자들의 양심선언, 무리한 기대일까?
2016-04-25 오전 11:36:00 성결신문 기자
오세준 목사 / 새누리교회
여야 할 것 없이 공천파동과 당 분열로 시끄럽던 총선정국도 막을 내렸다. 정치권의 모양이 늘 그래왔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유난히 정가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신물이 난다며 정치인들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다. 그래도 투표를 안 할 수 없어 기표소로 들어갔지만 당선자들에 의해 정치가 달라지고 국가가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별반 없다.
예정대로 총선은 끝났고 결과는 나왔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 있다면 부정선거나 금권선거로 인한 큰 논란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낙선자들은 결과에 승복하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과거에는 선거만 끝나면 부정선거, 금권선거의 시비가 붙어 선거후유증을 앓았다. 실제로 돈 봉투가 오고가며 관이 개입하고 선거법이 있으나마나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의식이 성숙해져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작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시민의식이 더 성숙해져 갈수록 변화되지 않는 정치인들은 정치판에서 퇴출 될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세상 흐름의 대세를 거역하면서 살아남을 정치인은 없다. 그런데 교회도 그렇고 교단을 이끌어가는 소위 교단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다움을 잃어버린 까닭에 치명적인 상처를 한두 번 입은 것이 아니다. 깊은 상처로 생긴 피 떡으로 범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교회의 개혁과 건강한 교회라는 용어가 교계의 화두로 등장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병든 교회를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헌신하는 교회나 교단 정치인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예성교단 총회가 공고되었다. 이에 따라 총회 임원 입후보자도 공고되었으며 입후보자들의 공식적인 선거운동도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아니 이미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은 하고 있었다. 교단의 선거철이 도래했음을 실감나게 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유감인 것은 해마다 선거에 따른 잡음이 있다는 것이다. 유감을 넘어 한탄스러운 것은 총무가 되고, 총회장으로 가는 관문인 부총회장이 되려면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믿기 싫은 이야기가 유령같이 떠돈다는 사실이다.
어느 대형 교단에서는 총회장이 되려고 수십억을 썼다하여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수치스럽고 낯 뜨겁게 하는 행태가 예성교단의 정치판에서는 무관한 일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총회장이 되기 위해서 수 억 원은 써야하며, 총무가 되기 위해서도 최소 수 천 만 원은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봄바람을 타고 떠돈다.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 눈이 있고 귀가 있는 목회자들은 다 알고 있다. 어떤 경우는 대의원 장로들 모아 놓고 밥을 사는 비용으로 지출한다. 목사가 장로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다. 대접받기에만 익숙한 목사가 많기 때문이다. 장로를 섬기기 위해 대접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일인가. 문제는 표를 구걸하기 위해 밥을 샀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밥값의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목사가 부자가 아닌 이상 수 천만 원, 수 억 원의 사비를 털어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대부분의 선거운동 자금이 하나님께 드려진 헌금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물으면 부정할 것인가. 헌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으로 믿는 것인가. 성결해야할 성결교회의 선거풍토가 이렇다면, 이런 풍토에서 당선된 분들에 의해 정치를 하는 교단이 성결한 교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헌금으로 선거자금을 썼다면 이제라도 양심선언을 하면 어떨까. 증경총회장은 물론이거니와 역대 임원들, 이번 회기에 헌금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입후보자들까지 양심선언을 촉구하며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참에 선거자금 없이도 선거를 치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교단의 성결성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당선을 향해 질주하는 입후보자에게 양심선언을 기대한다면 무리한 기대일까? 양심선언을 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이 후보에게 표를 찍어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 후보이니 말이다.
기자 : 성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