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는 최초
어떤 사람이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밤에 꿈을 꾸었다. 그는 꿈에서 각양각색의 십자가가 진열된 전시관에 갔다. “이 중 하나를 지고 가십시오.” 천사의 말에 그는 가장 가벼워 보이고 편해 보이는 십자가 하나를 골라 짊어졌다. 그러나 보기와는 딴판으로 너무 무겁고 힘들었다.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될까요?”
그가 사정하자 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했다. 그는 더 가벼워 보이는 십자가를 골랐다. 그러나 두 번째 십자가는 더욱 힘들었다. 그는 다시 간청했고 천사가 허락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그는 다시 바꾸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기를 수십 차례, 그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제발 바꿔주세요.”라며 애원하고 최후의 선택을 했다. 그러자 그 십자가를 본 천사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결국 처음에 택한 십자가를 지셨네요. 이제는 바꾸지 않겠죠?”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상길, 「당신이 길을 잃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