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치유와 안식의 요람
구약 시대 바빌로니아 제국에 고레스라는 왕이 등장한다. 그가 아르메니아 정복 전쟁에서 적장 하나를 포로로 잡았다. 고레스는 적장에게 물었다. “내가 그대의 가족에게 자유를 준다면 누구를 먼저 내주면 좋겠는가?” 적장은 부모님을 먼저 놓아달라고 말했다. “내가 그대의 부모에게 자유를 베푼다면 그대는 나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적장은 자신의 소유의 절반을 주겠다고 답했다. 고레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당신 식구 중 누구에게 그다음 자유를 줄 것인가?” 적장은 어린 자녀들을 놓아달라고 했다. “어린 자녀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그대는 나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적장은 재산의 나머지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
고레스는 다시 물었다. “그대와 아내,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만 자유를 준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적장은 주저함 없이 “아내”라고 답했다. “그대의 아내를 놓아준다면 나에게 어떻게 보답하겠는가?” 적장은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답을 했다. “제 남은 인생을 폐하의 노예로 살겠습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나서서 왕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저는 자유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이 사람과 함께 폐하를 섬기는 노예로 남게 해주십시오.” 고레스는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 모두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그대는 가족의 가치를 알고 있군, 그대의 가족 모두에게 자유를 주겠소.”
로마의 유명한 철학자 세네카는 로마 사회가 무너져 가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을 가정의 붕괴로 여기며, “로마 시민들이여, 가정으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외쳤다. 사회의 건강이 가정으로부터 비롯됨을 시사하는 외침이다. 가정은 참 행복의 둥지이며, 치유와 안식의 요람이다. 한 유대인 랍비는 가정이야말로 안식의 보금자리임을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한다. ”영원한 안식은 천국에 가야만 있다. 그러나 매일의 안식은 가정에 있다.“
<조봉희, 「부모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