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이하며 고난주간이 되니 집 근처에 있는 여러 교회에는 부활절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고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이 보인다. 나는 며칠 전에 이틀에 걸쳐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의 <마태수난곡>을 들었고, 오늘은 두 시간 동안 <요한수난곡>을
들었다. 바흐가 작곡했다는 다섯 곡의 수난곡 중에서 그 두 곡만이 완전한 형태로 악보가 전해
오고 있는데 <마태수난곡>은 68곡으로 이루어진 대작으로 연주시간이 3시간 가량 되며 <요한
수난곡> 역시 40곡으로 이루어진 대작으로 연주시간이 두 시간 가량 된다. 따라서 두 곡을 하
루에 다 듣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 나는 그 두 곡을 삼일에 걸쳐 들었다.
그러나 독일어로 부르는 바흐의 수난곡은 음악적인 감동은 느끼게 해주었지만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느낌은 전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한 편 찾아서 보았는데 그 영화는
2004년에 제작된 <그리스도의 수난 The Passion of the Christ>이었다. 그 영화는 예수님의
고난을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었기에 채찍질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
히신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나의 의식 속에 새겨졌다. 이제까지 나는 수십 번 이
상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설교 말씀을 들었으며 예수님의 고난과 관련된 글도 읽었지만 예수님
의 고난에 대해 아픔을 느끼는 것은 늘 말씀을 듣거나 글을 읽는 그 한 순간의 일로 끝났다. 그
냥 그처럼 고난을 당하셨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번에 본 영화는 과거
에 그와 똑같은 내용의 영화를 보았을 때와는 좀 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두 바보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책은 언론인 손석춘씨와 청파감리교
회 김기석 목사가 나누었던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그 책 속에는 <오늘 예수님이 서울의
강남에 있는 대형교회에 오신다면, (.......) 또 다시 신성모독죄로 예수님을 처형하지 않을까?>
하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그 구절을 읽으며 <만일 내 앞에 예수님이 나타나신다면, 나는 예수
님을 올바르게 알아 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는데 내 자신의 솔직한
대답은 나를 무척이나 슬프게 만들었다. 그런데 음악으로 듣고 또 영화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고 아팠다.
과거에 <우리는 끊임 없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고 있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너무나도 실감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래의 동영상은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 맨 마
지막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