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 제사장
500년 전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외치며 시작된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로는 5대 솔라(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가 꼽힌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가 바로 성(聖)스러운 것과 속(俗)된 것을 분리하는 ‘성속 이원론’의 극복이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교회는 교황을 중심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영적 권력이 세속권력의 위에 있다고 여겼다. 성서를 해석할 권한과 공의를 소집할 권한 모두 교황에게만 있다고 주장했으며 성서를 사제들의 전유물로 만들었다. 루터는 이런 성속이원론이 교황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교회의 타락을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 ․ 신앙 ‧ 복음을 통해 사제가 되었기 때문에, 직무의 차이는 존재하나 신분의 차이는 없다’고 단언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하나님의 뜻을 행한다면 모두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외쳤다.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인 제사장설’이다.
<한현구, 기독교연합신문, 2017년 10월 1일,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