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대기 환자들
교회는 천국이 아니라 병원, 그것도 ‘종합병원’이다. 교회 안에는 각종 환자들이 다 모여 있다. 팔과 다리가 부러진 외과 환자뿐 아니라, 겉은 멀쩡하게 보여도 속이 엉망인 내과 환자도 있다. 특히 겉으로 보기엔 신사요 거룩한 사람 같은데 속은 크게 고장 난 내과 환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 교회이다.
그런가 하면 피부병 환자들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혐오감을 준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 사람은 그냥 집에 있지 왜 교회에 나와서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까?’ 하지만 피부병 환자도 치료 받기 위해 병원에 와야 한다. 내가 섬기던 교회가 한창 갈등으로 어지러울 때 이렇게 설교한 적이 있다. “혹시 여러분이 이 땅에 살다가 완전한 교회를 만나시면 절대로 그 교회에 등록하시거나 그 교회 교인이 되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그 교회의 일원이 되는 순간 그 교회는 그 시점부터 완전한 교회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종합병원이다. 그렇다고 교회가 병을 방치하고 장려하는 질병의 온상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수군대며 비난했다. 그 때 예수님께서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고 말씀하셨다(막2:16~17).
교회가 병원임을 잘못 이해하면 교회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그 현상은 남이 앓고 있는 병을 보면서 자기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이다. 병원에 갔는데 어떤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250이었다. 그런데 내 혈압이 180이라면 ‘나는 약과야!’하면서 자기 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위암이라는데 소화가 좀 안 되는 것이 뭐 대수인가?”하며 방치해 놓았다가 위암이 되는 수가 있다. “영적으로 나는 저 사람보다 나은 편이야.” 그래서 치료할 생각을 안 한다. “저 사람은 1억 원씩 도적질 하는데, 내가 해 먹는 것은 백만 원 밖에 안 되지 않은가?”하면서 자신의 잘못과 죄를 정당화한다.
<박혜성, 「교회 내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