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회의 위기는 무엇인가?
교회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목회자의 자질부족, 물질만능주의, 가나안 성도 증가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교회의 위기를 목회자나 성도들의 인성 탓이라 치부하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은 항상 악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역사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성직자의 일탈과 반목, 죄성은 비단 로마 가톨릭에만 국한되지 않고 개신교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보다는 한마디로 교리의 부재, 혹은 왜곡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교리의 왜곡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중세교회의 과오에서 시작해 종교개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은 교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다. 로마 가톨릭에서 가르쳤던 연옥설, 면죄부, 성모 마리아 숭배 사상은 성직자들의 타락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교리에서 파생된 잘못된 가르침이다. 교리란 신념 체계이며, 그것을 명문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에라스무스가 지적한 대로 중세교회가 오류에 빠진 것은 잘못된 교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토대로 한국교회를 살펴본다면 위기의 근원이 명확히 보인다. 개혁자들이 가졌던 신념 체계가 시간이 지나며 왜곡된 것이 문제다. 루터를 생각할 때 대중이 떠올리는 것은 ‘이신칭의’교리다. 여전히 대다수는 루터의 정신은 무시한 채 달랑 ‘믿음’ 하나만을 붙잡는 형국이다. 한국교회는 믿음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권위에 대한 믿음을 믿음의 본질로 둔갑시킨다. 루터가 외쳤듯이 우리의 신념 체계 속에 ‘믿음에 대한 권위’를 부여하는가?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설교할 때 강조하는 것이 권위에 대한 믿음인가, 믿음에 대한 권위인가? 연옥설, 면죄부, 성직 매매는 잘못 되었다고 비판하는 그 순간에도, 제왕적 목회자의 권위가 버젓이 교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태근, “교리를 통한 실천의 회복” 「목회와 신학」201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