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會議)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 보면 그것은 <어떤 사항을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여 의논하는 일, 모임, 기관>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간에는 <회의
는 짧게 할수록 좋다>는 말이 있고 또 그와는 반대로 <숙의(熟議), 즉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말이 공존하고 있는 것
은 회의는 짧게 해야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깊이 생각하며 충
분히 의논해야 좋은 경우도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게
되고 그 서로 다른 의견들이 <찬성>과 <반대>, <가>와 <부>로 갈라져서 정면으로
충돌하며 대립하게 됩니다. 그것은 논의 사항으로 제기된 문제를 바라보는 회의 참석
자들의 관점과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각자가 오랜 동안 지녀온 생각하는 방식
과 사유습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종 서로 다른 의견의 충돌과 대립이 회의 참석자들 사이의 감정대립 문
제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회의 참석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찬, 반>, <가,
부>를 결정해서 그 결과대로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서로 다른 의견은 표결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계속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의견대립과 충돌이 자칫 회의 참석자들 사이의 감정대립으로 변질될 경우 그들 사이
에 불편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
우는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다른 사람의 주장은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내세
운다>고 생각하며 마음 속에 무시당했다는 피해의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서 서로 상대방이 이쪽을 <인간적으로 무시하여 내 의견을 묵살해 버린다>고 생각한
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감정대립의 상황을 제 3자의 관점에서 보면, 오해와 오류는 어
느 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것은 감정적
으로 대립하는 당사자들은 대체적으로 상대방의 의견 속에 들어 있는 <타당한 이유>
보다는 부당성을 먼저 지적하고 있으며 <자기 주장의 타당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
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충실하게 하려고
애를 쓰다 보니 그러한 집중과 충실함이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 대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매우 강한 배타적 태도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회의를 주관하고 리드하는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물론 회의
를 주관하는 사람은 당연히 중립적인 위치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마지막 순간까
지 <찬성>이나 <반대>, <가, 부>와 관련된 발언은 삼가해야 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회의 진행에 반영하거나 개입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회의 참석자들 사
이에 극단적인 의견대립이 생겨나고 인간적인 감정 대립으로 변질될 조짐이 보이면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은 그 즉시 제기된 사안의 본질과 기본성격을 회원들에게 상기
시키고 <찬성>과 <반대> 의견의 핵심적인 요점을 지적하며 논의를 감정대립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양쪽의 주장을 잠시 중단시키고 상대방의 의견
속에 들어 있는 <타당한 이유 또는 일리 있는 주장>을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판단유보>를 권유하거나 명령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은
그의 권한으로 대립한 당사자가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듣는
자세>를 유도하고 명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첨예하게 대립한 당사자
들로부터 상대방의 주장과 의견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회의를 주관
하는 사람의 가장 큰 역할이 될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회의란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음악처럼, 다양한 음색이 함께 어우러지는 합창처럼,
서로 높낮이가 다른 여러 음들을 잘 조합하고 조율하여 하나의 커다란 하모니를 만
들어내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여러 음들
을 무질서한 상태로 조합하고 배열한다면 그것은 매우 듣기 거북하고 불쾌감을 느끼
게 하는 <불협화음>이 되겠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공명할 수 있도록 조
합하고 배열한다면, 그것이 짧은 것이든 아주 긴 것이든 간에, 지극히 아름다운 <화
음>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회의는 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그 자
체로서 하나님께 드리는 또 다른 찬양이 될 수 있는 그런 회의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
합니다.